가족 간 재산범죄는
오랫동안 형사처벌의 예외로 취급돼 왔습니다.
이른바 친족상도례는
‘가족 내부 문제에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적 가족관을 전제로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2024년을 기점으로
이 원칙은 더 이상 유지되지 않게 됐습니다.
국회가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친족상도례는 70여 년 만에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친족상도례란 무엇이었나
친족상도례는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절도·사기·횡령·배임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한 특례 규정이었습니다.
일반 범죄라면
당연히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행위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 제도는
과거 대가족 중심 사회에서는
일정 부분 기능했을지 모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오히려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 배경
2024년 6월,
헌법재판소는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전원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가족 간 재산범죄 피해자가
형사 절차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과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고령자이거나
경제적·정서적으로 가족에게
종속된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 결정은
입법부가 제도를 손보도록 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국회 통과 형법 개정안 핵심 내용
형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28명 중 찬성 227명이라는
압도적 표결로 통과됐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명확합니다.
친족 간 재산범죄에 대한 형 면제 규정 삭제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 가능한 친고죄 전환
피해자의 재판 절차 참여 및 진술권 보장
즉,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처벌을 면제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 맡기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유명 사례가 만든 제도 변화 압력
제도 개정 논의에는
현실 사례가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방송인 박수홍의
친형 횡령 사건,
전 골프선수 박세리 관련
가족 간 재산 분쟁은
친족상도례가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사회적으로 각인시켰습니다.
‘가족이니까 참아야 한다’는 논리가
결국 피해를 고착화하고
법적 보호를 차단해 왔다는 점이
공론화된 것입니다.
입법 취지와 앞으로의 영향
이번 개정안은
박덕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가족 해체가 아닌
피해자 보호와 책임 있는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가족 간 분쟁을 무조건 형사화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선택권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장치라고 평가합니다.
형사법의 기준이
‘관계’에서 ‘행위’로 이동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도 작지 않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는 없다
이번 형법 개정은
‘가족이라 봐준다’는 관행의 종료를 의미합니다.
가족 간 범죄를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피해자가
침묵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통로를 마련한 변화입니다.
앞으로 친족상도례 폐지는
가족 관계와 법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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