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이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모든 것이 해피엔딩일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상상보다 훨씬 더 복잡했고, 특히 몸보다 마음이 아팠던 시간들이 길게 이어졌습니다.
아이를 안고 있는 내 모습은 세상이 보기에 ‘축복’으로 가득했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외로움, 눈물과 죄책감이 켜켜이 쌓여 있었죠.
오늘은 그런 제 경험을 나누고 싶어요.
혹시 같은 시기를 지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요.
축복이란 말이 부담이 되었던 시간
"출산 축하해! 정말 축복받은 일이야!"
너무도 당연하게 들려왔던 말인데, 그 말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을까요?
아이를 품고 낳는 과정은 분명 기적이에요. 하지만 막상 출산을 마친 후, 제 몸과 마음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어요.
몸은 회복되지 않았고, 마음은 더 아팠습니다.
밤낮이 없는 육아, 수유로 인해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하루 종일 아기를 안고 달래며 스스로를 돌볼 여유조차 없었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너무 행복하겠다”, “부럽다”, “아이만 봐도 힘이 나지?” 같은 말을 건넸어요.
저는 그 말들에 맞춰 표정을 지어야 했고, 그게 점점 부담으로 바뀌었어요.
기쁘고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가 제 진짜 감정을 숨기게 했죠.
출산의 기쁨과 동시에 느껴지는 고립감.
이해받지 못하는 감정에 스스로를 ‘나쁜 엄마’라 자책하며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엄마라는 이름 아래에서
출산 후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며 낯선 얼굴을 마주했어요.
부은 얼굴, 눈 밑에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 뿔뿔이 흩어진 머리카락.
“이게 나였나…?” 싶었죠.
아침부터 밤까지 아기에게 모든 것을 맞추며 살다 보니
'엄마'는 있는데 '나는 없는' 하루하루가 반복됐어요.
어쩌면 저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던 거예요.
사람들은 “엄마가 되면 다 그래”, “아이 키우다 보면 자연히 익숙해져”라고 말하지만
그 말이 오히려 제 외로움을 더 짙게 만들었어요.
엄마라는 이름은 주어졌지만, 정작 그 안에 들어 있는 나는 너무 작고 무력했어요.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나는 왜 이렇게 감정 기복이 심할까?”
“이렇게 힘든 나, 괜찮은 걸까?”
그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도
정작 주변에는 털어놓지 못했어요.
모두가 당연하게 넘기는 시기에서 나는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었고, 그게 더 아팠습니다.
이해받고 싶었을 뿐인데, 너무 조용한 응답
가끔은 정말 작은 말 한마디가 간절했어요.
“수고했어.” “지금도 잘하고 있어.”
그 짧은 말 한마디면
눈물 나도록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출산 후,
나를 위로해주는 말보다 조언이 더 많았어요.
“그럴 땐 이렇게 해봐.”
“내가 해보니까 이게 낫더라.”
“애는 원래 그런 거야.”
모두가 도와주려는 마음이라는 건 알지만,
정작 제 마음을 들으려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누군가 제 손을 잡고 “힘들지?”라고 말해줬다면,
그거 하나로 버틸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요즘 주변에 아기를 낳은 친구가 있으면
꼭 이런 말을 먼저 해줘요.
“너무 고생 많다. 너 진짜 잘하고 있어.”
정답이 아닌 공감이, 정보보다 진심이 먼저 필요한 시기라는 걸
제가 너무도 절절히 겪었기에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엄마들에게…
혹시 당신도 출산 후,
몸보다 마음이 더 아팠던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에요.
감정이 넘치고 눈물이 많아지는 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당신이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고,
누구보다 위대한 엄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가 소중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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